필수적인 일상 속 '치매'치료…"비대면에도 이어지도록"

[기획 전‧학‧시] 대한치매학회 임재성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치매‧경도인지장애 환자, 비약물적 치료‧정서적 교류 중요…캠페인 등 일상생활 유지 도모
코로나19 인한 체험 한계…"새로운 시스템 유지 위한 지원‧연구 노력 절실"

박선혜 기자 (your****@medi****.com)2021-09-0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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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선혜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끌고 온 '비대면' 시대는 직접적 만남과 경험을 제한하면서 환자의 정기적(routine) 치료에 한계를 가져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치매‧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약물적 치료 외에 비약물적 치료 및 정서적 교류를 통해 일상생활 능력을 유지하고 사회적 단절로 인한 우울증 등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다양한 활동들이 중단‧축소되면서 학회에서는 치매 환자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적절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메디파나뉴스는 대한치매학회(이하 학회) 임재성 홍보이사와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속 치매환자 일상 치료를 위한 변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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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일상생활 제한…학회, 치매환자 일상능력 유지 위한 방안 모색

학회는 2002년 창립 이래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연구 학술 활동을 이어오며 국내 치매 분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치매환자 진료지침, 코로나19 치매 환자 행동 가이드 등을 발표하며 체계 개선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또한 학술적 활동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수행능력 유지의 중요성에 대해 환자 및 보호자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수행능력 개선을 위해 2012년부터 10년동안 '일상예찬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일상예찬'은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특성을 고려한 특화된 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일상의 특별함을 스스로 표현, 관리하도록 해 환자와 가족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학회는 '일상예찬' 사업을 위해 2015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MOU를 체결, 환자와 보호자에게 다양한 문화 미술활동을 제공해 온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치매안심센터의 대면 프로그램 및 사회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임 홍보이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고립'이 가장 우려되는 시점이다. 치매환자에게는 투약 외 적절한 사회활동, 정서적 교류, 인지활동 등의 비약물적 치료도 병행돼야 한다"며 "현재 치매안심센터가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등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이러한 치료가 모두 상당히 제한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치매 환자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 미술활동 등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환자가 갑자기 단절되면 우울증을 비롯해 실제 인지기능도 보다 빨리 나빠지는 것을 임상현장에서 확인했다"며 "제한적이라도 시간표를 짜서 운동하고 사람들과 연락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학회는 비대면 사업 전환과 함께 치매안심센터 작업치료사 온라인 교육을 시작, 대한치매학회와 국립현대미술관이 함께 개발한 치매환자를 위한 교구재를 배포하고 센터별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일상예찬-집에서 만나는 미술관'으로 새롭게 구성, 센터별 상황에 맞게 드라이브 스루로 교구재를 전달하고 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매 환자와 보호자에게 문화 미술 활동을 제공했다. 

임 홍보이사는 "올해부터는 이 프로그램을 더욱 확장해 교구재와 영상을 제공하고 전국단위 치매안심센터 온라인 매개자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상 속 치료 활동, 비대면 한계에도 장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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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기존 대면식 전시관람 활동(좌) / 코로나19 비대면 미술 활동 구교재(우)>


일상생활수행능력은 치매 환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스스로를 돌보거나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일상생활수행능력 저하는 치매 진단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따라서 환자의 병기에 맞게 생활환경을 단순화하거나, 위험한 상황들이 생기지 않도록 주변 환경을 조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회가 주최하는 '일상예찬' 캠페인은 환자의 수행능력을 유지하고 보호자의 감정적 어려움을 돕기 위한 여러 컨텐츠를 제공한다.

실제로 학회 캠페인 중 미술관 전시관람을 통해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어머니의 속마음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그림을 그리고 만드는 과정 가운데 천진난만하게 웃고 즐기는 어머니를 보며 일상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다시 추스르게 됐다'는 보호자들의 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방문을 통한 경험은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소통 창구를 줄 수 있어 수요가 높다. 반면, 비대면 캠페인의 경우 사회적 교류는 한정적이지만 그 나름대로 '확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고 학회측은 강조했다.

현재 진행 중인 '일상예찬-집에서 만나는 미술관'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온라인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활동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미리 배포된 활동도구들을 활용해 각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직접 진행할 수 있다.

임 홍보이사는 "센터별 다양한 비대면 컨텐츠로도 좋은 피드백을 얻고 있다. 기존 대면 일상예찬 프로그램이 아무래도 제한적인 인원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어 특히 수도권이 아닌 경우 참여할 방법이 없지만, 비대면 프로그램 경우 보다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참여할 있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이러한 비대면 일상예찬 프로그램을 보다 더 다채롭게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미술관과 협력해 컨텐츠를 추가 개발하고, 환자와 보호자, 치매안심센터 작업치료사 선생님들이 참고하실 수 있도록 튜토리얼 영상을 계속 제작할 예정이다. 전국 단위 치매안심센터로 홍보를 강화, 확대해 프로그램이 보다 더 많이 보급,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학회 차원 넘어 중장기적 관점으로…"비약물적 치료 확대 방안 필요한 시점"
 

임재성 교수_1.jpg코로나 장기화 상황에서 환자 및 보호자들이 받을 수 있는 비약물적 치료에 대한 선택권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기존에 각 지역의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던 인지강화교실을 비롯한 각종 활동들, 미술‧원예‧웃음치료, 가족모임, 쉼터 등의 다양한 활동들이 중단 내지는 축소 운영되고 있다. 

임 홍보이사는 "가장 시급한 것은 변화된 상황에 맞게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선 작업"이라며 "일상예찬 비대면 사업 전환 등과 같이 기존에 어렵게 구축한 시스템이 적절하게 변형돼 지속될 수 있는 연구와 노력이 절실하다"고 제기했다. 

또한 그는 중장기적으로 중증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치매안심병원이 자리를 잡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조기 진단, 조기 치료에 대한 인식은 많이 확대되어 검진에 대한 수요나 시스템이 잘 구축되고 있으나, 중등도 이상의 치매 환자들에서 행동증상 등으로 인해 급한 치료가 필요할 때 보호자들이 믿고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병원이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며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여전히 많아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치매안심마을과 같은 시도들이 있지만, 원래 취지에 맞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치매 환자가 병원이나 시설에 고립되지 않고, 본인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사회활동을 유지하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 곳곳에 필요한 환경과 시스템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 장애우를 위한 도로와 주차장, 엘리베이터 등 생활 환경과 시스템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것처럼 비슷한 적용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임 홍보이사는 "코로나 19로 모든 환자와 보호자분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힘들더라도 그동안 환자가 생활해 왔던 적절한 운동과 정기적 인지활동을 계속 놓치지 말고 하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가까운 분들과의 연락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사회 활동을 이어 가시길 당부 드린다. 대한치매학회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분들이 실질적 도움을 받으실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여러 방면에서 고민하고 노력해 나가겠다. 부디 희망을 잃지 말고,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시기를 바란다"고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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