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정신질환자가 건강한 '이웃' 되도록…국가 책임 절실"

[전‧학‧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법제이사
진주방화사건으로 중증질환자 치료 및 관리 사각지대 부각…법‧지침 개정에도 응급‧행정입원 어려워
'국가책임제' 필요성 재차 강조…정부 주도 치료 및 재활 서비스 확대, 비자의입원 활성화 방안 제기

박선혜 기자 (your****@medi****.com)2021-11-18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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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박선혜 기자] 2018년 영양 경찰관 사망사건, 2019년 진주방화사건, 2021년 60대 노모 딸 살해사건, 남양주 부친 살해사건 등 최근 2년 사이 중증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병원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닌 내 이웃, 동네 주민으로부터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불신, 불안 등 국민의 시선이 나날이 차가워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의 이면에는 중증정신질환자 관리 '사각지대'라는 문제점이 존재했다. 이들의 초기치료부터 사후관리까지 의료과정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진주방화사건을 계기로 밝혀진 이같은 중증정신질환자 치료 체계 구멍에 대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국가책임제'를  촉구하며 국가를 대상으로 한 법적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메디파나뉴스는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와 인터뷰를 통해 국내 중증정신질환자 치료 및 관리 상황과 개선 필요성에 대해 조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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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방화사건으로 부각된 사각지대…"법 개선에도 적용 더딘 현실"

정신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짐에도 불구,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故임세원, 김제원 교수 등 방치된 정신질환 환자에 의해 2명의 의료진을 잃었다. 이후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까지 이어지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기에 불을 지핀 진주방화사건은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미흡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진주방화사건은 사건 용의자이자 중증정신질환자 안인득씨가 정신분열병(조현병) 치료 중단 이후 증상이 재발됐지만 입원 방도를 찾지 못해 방치된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다.

가족관계인 형이 동생(이인복씨)를 입원시키려 검찰청 민원, 법률구조단, 동사무소를 전전하며 비자의입원이 가능한지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안내해주는 기관이 한 곳도 없었고, 폭력‧협박 등으로 8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결국 살인 및 방화로까지 이어졌다.

백 법제이사는 "현실에서 정신질환자를 응급입원 시키려고 할 때 경찰과 구급대원을 통한 입원은 전체의 16.2%에 불과하다. 대부분 가족이 감당하고 있으며 사설이송단을 이용한 입원이 경찰보다 더 많다"며 "임세원법이 통과되면서 응급 대응 메뉴얼까지 생겼지만 실제 적용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화‧핵가족화되면서 방치되는 중증환자는 늘고 있는데, 입원은 오히려 까다로워지고 현장에선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응급입원도 법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보호자인 가족들도 입원을 시켜야하는 것을 알고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법만으로는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는 진주방화사건 피해자들과 함께 협력해 국가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환자를 비롯한 희생자가 발생한 것 모두 국가가 방치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백 법제이사는 "소송의 목적은 최소한 현행법에 있는 응급입원 행정입원이 작동하고 공공의 이송책임만이라도 제대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라며 "누군가에게든 생명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나아가 낙후된 중증정신질환 시스템을 비자의입원을 국가와 사회가 결정하는 것을 포함해서 지역사회에서 치료와 지원을 받고 회복할 수 있는 방향, 즉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로 바뀌어가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피력했다. 

◆외국은 선도적 관리 시스템을, 한국은 재활서비스도 미흡

학회에 따르면 사보험 천국인 미국에서도 인구 2천만의 뉴욕주는 3만9천개의 주거시설을 중증정신장애인을 위해 제공하고 급성기 치료부터 마지막 단계의 거주시설까지 하나의 의무기록으로 관리한다. 더구나 해당 서비스에 등록된 뉴욕주민은 6백만명이다.

미국도 1990년대에 조현병 환자에 관련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망한 시민의 이름을 딴 캔드라법이 통과됐으며, 이는 외래치료지원제도를 법원이 결정해 이후 지속적인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이다. 외래치료지원대상자는 법원, 경찰, 방문사례관리자를 통해 철저히 관리된다. 

또 중증환자 100명당 1개팀 20여명의 정신과 의사와 다학제팀이 배정되어 매일 찾아가서 약을 전달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에서 커버하는 비중이 매우 낮고 저수가로 장기입원 외에 제대로된 급성기서비스와 재활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백 법제이사는 "실제 급성기 신체질환치료와 입원치료를 담당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병상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며 "정신건강복지센터도 센터직원은 신분이 불안정하고 법적 권한 없이 오직 설득으로만 일해야하다보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외국과 다르게 입원기준은 올리고 다른 제도적 보완없이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면서 오히려 기름을 부은 상황이 됐다"며 "사고가 난 상황을 보면 대게 직계가족은 없거나 노령으로 오랜기간 환자가 방치돼 위험 상황이 됐는데도,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공공의 어떠한 개입도 없었다. 가족들은 오히려 법개정 이후에 사고가 늘고 입원이 어려워지면서 조현병 포비아가 회자되는 등 편견이 악화됐다고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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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중증정신질환환자 국가책임제 구축 위해 학회는 토론회, 기자회견, 정부 논의 등 여러 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장 고통은 '환자'와 '보호자'…국가책임제 구축, 건강한 사회 위한 목소리 내야할 때

백 법제이사는 "이제 1인가구가 41%인 시대이다. 더 이상 가족의 힘 만으로 정신질환을 감당할 수 없다. 방치되는 환자가 늘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된 것"이라며 "그럼에도 아직 국내는 응급입원‧행정입원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우선으로 하고 지역사회에 회복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낮병원이나 찾아가는 서비스, 정신재활서비스도 현저히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서비스가 부족한 이유는 급여와도 관계가 있다.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타과 진료비 증가율(104%)/입내원일당(78.4%)증가율에 비해 정신과는 각 11.5%/26.6%에 불과했다.

또 정신과 의료급여는 이보다 더 낮았다. 2019년도 입원 1일당 진료비도 정신과 평균 57,600원, 요양병원 평균 88,000원, 일반병원 180,000원, 종합병원 357,000원, 상급종합병원 618,000원으로 나타났다. 

백 법제이사는 "국가책임제 핵심은 단지 입원결정을 사회가 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책임성을 가지고 지역사회 정신건강 전반에 개입해 중증정신질환이 있어도 건강한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냥 둔다면 방치되는 환자는 늘고 사고가 또 생기면서 악순환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현병 등 중증정신질환, 중독 등의 문제는 남의 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4명중 한명은 평생 한번은 정신질환을 경험한다"며 "방치된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자는 이유도 모른체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 또 그런 모습이 우리에게 각인되게 된다. 물론 분노할 수 있지만 그 분노는 아픈 사람을 나쁜 사람이 되게하는 시스템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고 개선하는데 사용되면 좋겠다"고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실 어떤 사회문제든 그 고통을 겪는 환자와 보호자가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국민을 설득해야 해결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간은 편견 때문에 나서기 어려웠지만 이제 목소리를 낼 때"라며 "학회도 전문가로서 환자와 보호자 편에서 함께 하겠다. 항상 위기에 강한 한국인의 유전자가 정신건강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빠른 답을 찾아갈 것이라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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