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민욱 기자] "평소 소화가 잘 안 되고, 속 쓰림에 배 아프며 배변장애가 있어요. 그런데 병원에 가도 마땅한 방법이 없고, 심해질 때마다 소화제 등을 먹는 수 밖에 없어 답답해요."
소화불량, 속쓰림 등 통증을 호소해 내시경, 초음파 검사를 해보지만 별다른 문제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일명 '기능성 위장관 질환'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환자들이 전 국민 10명 중 4명에 달할 정도로 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경우, 위산의 분비 상태, 소화 상태 측정 등 소화기 기능 검사가 이뤄져야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관련 학회가 나서 학문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대한소화기 기능성질환·운동학회 최석채 이사장(원광대병원 소화기내과,
사진)은 최근 메디파나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학회가 주목하는 사안에 대해 밝혔다.
최 이사장은 "암과 같은 치명률이 높은 질환은 일상에서 많이 다뤄지지만, 불편하지만 관리가 가능한 병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소화불량이나 변비 등 소화기 기능성질환은 우리나라 국민 절반이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위장 상하부 증상 등이 학회를 통해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젠 학문적 접근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국내사 'P-CAB' 1조원대 수출 "학회와 함께 성장"
일본에서 개발된 위산분비억제제 약제와 관련해 최근 국내 제약사들 약진이 돋보인다. 보다 효과가 좋고 부작용을 줄이는 약 개발 배경에는 학회의 공조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 이사장은 "국내 신약이 사실은 많지 않은데 최근 우리나라에 위산분비억제제 신약이 2개가 나왔다"며 "지난해만해도 한 1조 원 정도 수출이 됐다. 이 약들이 세계 의학계에 알려진 것이 학회의 학술지인 'JNM'을 통해서이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이하 피켑)계열 위식도 역류질환 약은 일본 제약사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이 자리잡은데 이어 지난해 대웅제약이 펙수클루정(성분명 펙수프라잔)을 허가를 받아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특허목록에 새로운 특허를 등재했다.
이 기업들은 해외에 기술수출 계약으로 각각 1조원 대를 돌파했다.
나아가 제일약품도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해 'JP-1366'이라는 이름으로 P-CAB 신약 출시를 준비 중인 상황.
JP-1366은 최근 국내 임상3상을 승인 받은 바 있으며, 유럽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조만간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국내 제약사의 약진에는 학회와 공존이 컸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장은 "제약사 숫자로만 보면 우리나라 피켑 시장이 일본보다 더 커졌다. 따라서 우리나라 제약사가 학회랑 공조를 통해 전 세계를 리딩하게 된다"며 "약 개발할때 제약사와 학회가 같이 발전해야 임상은 물론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학술지 'JNM'는 아시아 각국 유관 학회의 공식 SCI 학술지이며 임팩트 팩터가 4.5에 달해 미국, 유럽 학회지 수준을 뛰어 넘어섰다.
최 이사장은 "피켑 시장에서 전 세계적 대기업들이 아직 일본을 넘기가 힘든데, 우리 학회는 소화기운동질환 관련해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학회이기에 이 자리를 통해 소개 된다면 충분히 시너지가 있다"고 소개했다.
◆ "변비도 질병" 가이드라인 마련해 '중증코드 신설' 목표
학회는 위식도역류질환, 기능성소화불량, 과민성장증후군, 장내세균 및 변비 등 위장관질환을 연구하며 진료지침 표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위식도역류 질환' 진단 지침을 정했다면 올해는 '변비'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최 이사장은 "일반인들은 변비가 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도 그런 인식으로 정책을 세우니 몇 천 원짜리 약을 주고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학회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매년 서울 컨센서스를 연다. 이를 통해 변비 관련 기능검사의 척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위장관 기능 검사는 음식물을 섭취하고 소화되는 과정을 관찰하는 검사로 식도의 압력, 위산 분비량, 역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알아보는 방법이다.
즉 단순히 '속이 더부룩하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감별하는 것으로 소화과정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치료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것. 이에 대한 세부적 지침을 정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올해 학회 총서 개정작업의 일환으로 기능성소화불량증에서 헬리코박터 제균시 소화불량 증상 개선 여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나아가 학회는 학문적 증례 수집과 신약개발 지원 외에도 정책 개선에도 목소리를 냈다.
최 이사장은 "중증코드 신설을 비롯해 약제의 급여화도 시급하다. 새로운 신약이 개발돼도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학회를 중심으로 제도적 개선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오미크론 확산 속 국제학술대회 성황리 마무리 "학회 위상 확인"
위암 수술이나 항암 치료 등은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에게 전수를 하지만, 소화기 운동 질환은 의사들도 체계적 검사법을 배우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학회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이에 학회는 지난 1-2일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APNM2022)를 열어 국·내외 소화기 질환 관련 석학들의 최신 지견을 공유했다.
전 세계 25개국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련된 인천 파라디이스호텔에서 마련된 이번 대회는 ‘Building a network for FGIDs research in new era'라는 슬로건 아래, 임상에서 흔한 질환인 위식도역류질환,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소화불량, 변비에 대한 진단, 치료에 대한 최신지견을 세계 최고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고 토론에 참여해 교류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최 이사장은 "오미크론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는 어려운 시기지만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방식을 활용해 세계적 석학들이 참여해 오히려 팬데믹 이전 보다 더 늘어나 학문적인 풍성함을 맛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초청 강의 30편을 포함한 총 13개 세션을 통해 임상의 및 연구자들에게 기능성 위장 장애 및 기타 신경 위장병 및 운동 장애에 대한 세계적 대가들로부터 최신 지견을 들을 수 있었고, 동시에 급속도로 발전하는 신경소화기 및 운동성 분야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세계적 학술지로 거듭나고 있는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JNM)의 정기 편집이사회가 편집장인 미국의 Ronnie Fass 교수의 주관으로 열려 그간의 성과를 축하하고 향후 세계 최고 학술지로 발전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아시아 대표 국제학회로 자리 잡은 APNM은 2024년 차기 대회가 예정돼 있으며, 학회는 내년 상반기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회를 아시아소화기기능학회연합(ANMA)도 공동으로 개최를 준비중이다.
최 이사장은 "국내와는 달리 미국이나 유럽 학회는 소화기학회가 많이 발전해 있고 세션이 크다. 우리나라도 소화기 질환에 대한 인식제고와 학문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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