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필수의약품, 수급불안정 "근본적 대응체계 마련해야"

희귀필수의약품센터 안명수 본부장, 공급 중단·부족 의약품 지속 증가 지적
산정 기준 개선·생산 장려 방안 제언…'책임 일원화' 등 종합적 대책 필요성 강조

김창원 기자 (kimcw@medipana.com)2024-01-25 06:05


[메디파나뉴스 = 김창원 기자] 국가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필수의약품지원본부 안명수 본부장은 2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글로벌이슈파노라마 제8호를 통해 '국가필수의약품 현황 및 공급망 안정 방안'을 제언했다.

국가필수의약품은 약사법 제2조 제19호에 따라 '질병관리, 방사능 방재 등 보건의료상 필수적이거나 시장기능만으로는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으로서 보건복지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지정하는 의약품'을 의미한다.

종전에는 총 511종이 지정됐으나 지난해 11월 29일 식약처가 국가필수의약품 목록을 재정비해 현재 448종이 대상으로 지정돼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국내에 원활하게 공급이 되지 않는 실정으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48품목 중 102품목 '미허가'…선정 기준 개선 필요

안명수 본부장은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망을 안정하기 위한 방안으로 우선 선정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필수의약품은 지난해 11월 목록 재정비를 통해 현재 허가의약품 346종과 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공급하는 45종 등 총 448종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이들 448종 가운데 허가가 없는 의약품이 22.7%에 해당하는 102품목은 아예 허가가 없는 상황이며,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 품목도 123품목으로 27.5%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공급중단이 보고된 의약품 총 432건 중 국가필수의약품은 107건(81품목, 24.8%)에 해당된다.

국내에 허가가 없거나 공급중단된 국가필수의약품 중 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긴급도입해 의료현장에 공급한 품목도 현재까지 61품목에 달한다.

이 같은 문제는 선정 기준 때문에 발생한다는 지적으로, 국내 필수의약품 목록은 WHO 필수의약품 목록을 참고해 선정되기 때문에 허가받지 않았거나 생산되지 않는 의약품이더라도 개념상 필수적인 의약품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

또한 현행 선정 기준은 의학적 필수성, 대체 불가능성 및 공급 불안정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약제가 있다는 이유로 진료상 꼭 필요하고 사용량이 많은 약제임에도 필수의약품에 포함되지 않은 약제들이 많아 적절한 관리가 어렵고, 결국 공급부족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안 본부장은 미국의 필수의약품 목록처럼 더 넓은 범위의 인구 집단의 의약품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의약품과 제형을 필수의약품 목록에 추가하는 등 필수의약품 선정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WHO 필수의약품 개념은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초적인 의약품의 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개별 국가에서 필수의약품을 선정할 때에는 각국의 상황을 고려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

안 본부장은 "대체약제가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감염병 유행 또는 계절성 원인으로 인한 사용량 증가, 원료의약품 수급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공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환자 진료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용량이 많은 약제의 경우 국가필수의약품 선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높은 해외의존도 개선, 약가우대·행정 지원 등 뒤따라야

높은 해외의존도 역시 함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필수의약푼 448종 중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의약품이 89종으로 약 19.9%를 차지해, 공급 불안정성의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안 본부장은 이처럼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이유를 수익성에서 찾았다.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제약기업의 충분한 생산이 담보돼야 하고, 따라서 원료수급이 어렵고 채산성이 낮아 손해를 입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감수하고 생산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희귀필수의약품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 공급이 중단된 의약품의 약 30%가 채산성 문제로 공급을 중단해 이 같은 현실을 방증한다.

이에 안 본부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아세트아미노펜 수요 폭증 당시 약가를 인상해 안정적 공급을 확보했던 사례와 같이 낮은 수익성으로 허가 및 제조되고 있지 않은 품목에 대해 약가를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미허가·미생산 국가필수의약품의 연구개발 및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신속허가, 허가자료 간소화, 정부의 R&D 지원 등 적극적인 행정적·재정적 지원 및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언급했다.

이에 더해 안 본부장은 "빈번한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서 원료의약품의 높은 해외의존도를 줄이고 필수의약품의 자급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저렴한 중국산 또는 인도산 원료에 비해 우리나라 원료의약품은 가격경쟁력이 낮은 바,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완제의약품의 약가우대 및 국가필수의약품 개발·제조 기술에 대한 국가전략기술 지정으로 세액공제 확대 등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정적 공급 위해 책임 일원화 절실

코로나19로 인한 해열진통제 공급부족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복지부와 식약처, 관련 단체로 구성된 민·관협의체가 의약품 부족의 다양한 원인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처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급부족으로 보고되는 의약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12월 보고된 432건, 340품목 중 31품목은 의료현장의 지속적 공급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음에도 불구하고 16개 품목이 현재까지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안명수 본부장은 책임 일원화와 이를 통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에게 필요한 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 복지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된 의약품 안정공급에 대한 책임을 한 곳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아울러 의약품 수급불안정과 관련해 '품절'과 '공급중단'의 발생 원인이 다른 만큼 이를 구분해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품절의 경우 생산·수입 외에 수요증가 등 유통차원의 문제로 이해될 수 있는 반면 '공급중단'은 원료의약품 수급을 포함한 생산·수입의 문제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안 본부장은 "품절약 위주의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국가필수의약품의 근본적인 안정공급을 위해 소관 부처를 명확하게 일원화하고 원료의약품 확보, 약가 조정,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 제조 역량 강화, 유통체계 모니터링 개선과 같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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