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찾은 '희망' 이야기①‥'타그리소'와 '폐암 어벤져스'의 만남

[연중기획 희망뉴스] '치료제를 만나 삶이 바뀐 환자들'
`타그리소` 국내 도입 그 후‥폐암환자 대부분 긍정적 반응

박으뜸 기자 (acepark@medipana.com)2018-07-23 06:08

[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저는 교수님을 믿습니다. 지금 제가 살아있을 수 있게 도와주신 분이니까요."

세브란스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 김혜련 교수, 홍민희 교수는 폐암환자들로 하여금 '폐암 어벤져스'라고 불리운다. 

메디파나뉴스가 세브란스 암병원 3층 다학제 진료실에서 만난 5명의 폐암환자는 그동안 여러 항암제를 쓰면서 부작용 및 내성을 겪어왔다. 그런데 최초의 3세대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를 투약하고 나서부터 그저 본인의 주치의에게 '감사하는 마음'만 커졌다.

타그리소는 1,2세대 EGFR TKI에 실패하고, 재조직검사에서 `T790M`이 나온 재발성/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보험적용을 받고 있다.

폐암에 적용할 수 있는 1, 2세대 EGFR 표적항암제는 매우 효과적인 약이나, 결국 약 10-12개월 정도 지나면 대부분 내성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T790M 변이는 EGFR 폐암환자들의 약 50-60% 정도로, 대략 연간 700-800명이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의사들은 과거엔 T790M 변이로 인한 내성 환자에게는 별도의 치료방법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기존 표적항암제를 지속 사용하거나, 세포독성항암제, 혹은 임상시험 참가 등이 대안이었다고.

하지만 타그리소가 출시된 후에는 달라졌다. 폐암 내성 환자더라도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더군다나 타그리소는 지금까지 EGFR을 포함한 기타 표적항암제 중에서 가장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확실한 약이라는 평가가 전반적이다. 특히 뇌전이 및 뇌수막전이에도 효과가 좋아 환자들의 삶의 질 자체도 급격히 올라갔다.

메디파나뉴스는 직접 타그리소를 복용중인 환자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들이 겪은 삶의 변화를 직접 눈과 귀로 확인했다.

◆ `폐암`이라는 청천벽력‥"눈 앞이 깜깜했다"

모든 환자들이 그렇듯, '암'을 진단받은 후의 심정은 참담했다. 누구보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고, 해야할 일도 있는데 '암'은 준비되지 않은 채 찾아왔다.

기자와 만난 폐암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장영란, 석연주, 변영자, 김정숙 씨(좌우 순)


구 모씨(1974년생)는 2016년 12월 20일 첫 폐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 간 계기는 마른 기침이었는데, 그 전에는 허리에 통증이 있었기에 골반 염증약을 복용하곤 했다. 그럼에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응급실에서의 검사를 통해 폐암을 진단 받은 케이스이다.

구 씨는 "2015년 가을, 결혼을 비교적 늦게 했다. 이후 2016년 12월, 아이가 태어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폐암 진단을 받았다. 암 진단 자체가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나이도 아직 젊고 아이도 갓 태어났을 때 겪은 일이라 그 충격이 배가 됐던 것 같다. 아내와 아기, 가족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기분이었다"고 떠올렸다.

구 씨는 뇌에도 전이가 있었다. 흔히 뇌에 전이가 있다면 전뇌 방사선 치료나 감마나이프가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 이중 전뇌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뇌 세포까지 건드리기 때문에 인지능력이나 기억력이 감퇴할 수 있다. 나이가 젊을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연령이 높을 경우 감퇴 수준은 심해진다.

다행히 타그리소는 뇌 전이 환자에게도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전반적인 EGFR 표적치료제가 뇌 전이에 효과적이긴 하나, 타그리소만큼 뇌 투과력이 입증된 약은 없었다.

타그리소를 7개월 째 복용중인 구 씨는 실제로도 부작용이나, 불편한 점 없이 좋은 반응을 유지중이다.

장영란 씨(1955년생)는 2013년 10월 3일, 감기인 줄 알고 동네 의원을 방문한 뒤 1년 가량을 버텼다. 그렇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여러 검사를 해보니 '암 말기'라는 소식을 접했다.

장 씨는 "처음엔 나에게 3개월도 못 산다고 했다. 그 충격으로 정말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장 씨는 생선구이 백반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20년 정도 한 자리에서 장사를 했던 그인데, 치료를 위해 1년 정도 일을 쉬었다. 그러나 쉬는 그 1년동안 우울감이 극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장 씨는 이레사를 3년정도 복용하다가, 이후 홍민희 교수를 만나 타그리소를 2년 이상 복용 중이다. 현재 장 씨는 눈에 보이는 암이 거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석연주 씨(1972년생)는 2016년 12월 폐암 진단을 받았다. 운전을 하다가 옆구리 통증을 느껴 큰 병원에 방문했더니 폐암이었다.

타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진전이 없어 세브란스병원로 옮긴 석 씨는, 처음 홍민희 교수를 만났을 때에도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홍민희 교수는 "타 대학병원에서 조직이 없어 돌연변이 검사를 못한 상태였다. 재조직 검사를 했더니, EGFR 변이가 있었고 이레사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이 있어, 피검사를 통해 T790M을 확인한 뒤 타그리소를 처방 중이다"고 말했다.

역시나 석 씨는 타그리소 투여 후 급속도로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변영자 씨(1956년생)도 감기가 시작이었다. 건강할 때는 약도 먹지 않던 그였는데, 어느날부터 이상하게 감기가 안 나았다고.

동네의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X-ray 상으로 폐에 무언가 보인다는 설명을 들었다. 세브란스병원으로 찾아온 것은 2016년 10월. 변 씨의 병명은 '폐암'이었다. 

주치의인 김혜련 교수는 "늑막 전이가 매우 심했다. 폐 상태에 비해 증상이 별로 없는 편이었지만, 늑막과 폐 양쪽에 다 전이가 있어서, 처음에 4기로 진단이 됐다. 곧바로 이레사 복용을 시작했고, 이후 내성이 생겨 지오트립으로 교체해 복용하다 올해부터 타그리소를 복용중이다"고 설명했다.

김정숙(1959년생) 씨는 2013년 7월경, 갱년기 증상으로 몸이 안 좋아 동네의원에서 X-ray를 찍었다. 그때 폐암이 아닌 결핵 증상을 확인했다. 의심스러운 마음에 대학병원을 찾아갔으나 그곳에서도 결핵이라고 진단받았다.

그래서 한달 간 결핵약을 먹었다. 하지만 호전이 없어 결국 조직검사를 받아보니 폐암 진단이 나왔다. 이미 흉막 전이가 있는 상황이어서 수술도 쉽지 않았다.

김 씨는 "처음에는 항암 치료를 1년간 하지 않았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분노하기도 했고, 마음이 여러모로 아팠다. 아마 암 환자들의 마음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항암 치료를 안하고 1년간 산을 선택했다. 산을 다니다가, 다시 대학병원을 찾아갔더니 처음보다 더 전이가 돼 있었고, 타쎄바를 선택해 복용했다"고 말했다.

2013년 진단 후 2년간 타쎄바를 복용한 김 씨는 결국 내성이 생겼다. 임상으로 타 3세대 폐암치료제를 복용하긴 했으나 부작용이 너무 심해 치료를 이어갈 수 없었다. 그러다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하게 됐고, 상태가 매우 안좋은 상태에서 타그리소를 복용하게 된 케이스다.

김혜련 교수는 "환자분의 경우 폐 양쪽 및 늑막에도 다 전이가 있었다. 내성이 이미 생겼기 때문에 매우 퍼져있는 상태였다. 2016년 8월부터 2년 정도 타그리소를 복용하고 있는 김 씨는 현재 폐에 눈에 보이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은 편이다"고 평가했다.

◆ 타그리소로 변화된 '삶'‥"긍정적으로 무엇이든 하고싶다"
기자가 만난 5명의 환자들은 3세대 폐암신약으로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보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타그리소를 복용하는 대부분의 환자가 이렇다는 것.

조병철 교수는 "타그리소는 반응률이 굉장히 좋다는 것에 주목해야한다. 물론 예외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타그리소 복용 환자 10명 중 8명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 환자들이 타그리소를 복용 후 직접 겪고 있는 가장 큰 변화라면, 그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환자들은 자신의 주치의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인터뷰 중간중간에도 환자들과 교수들은 서로의 일상을 알고 있을 정도로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였다.

장영란 씨의 경우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주치의인 홍민희 교수는 인터뷰 동안 장사 시간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이러한 마음에 장영란 씨는 "매일 일을 하는 날이긴 하다. 그렇지만 지인에게 부탁하고 자리 비우고 왔다.(웃음) 홍 교수가 너무 좋은 주치의이다. 알아서 치료를 잘 해주시니 딱히 걱정할 것이 없다"며 안심시켰다.

더군다나 인터뷰 내내 교수들은 환자들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도 된다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장영란 씨는 "주치의를 믿기 때문에 굳이 질문을 해 피곤하게 하고 싶지 않다. 치료 중 이상이 있어야 물어볼 일이 생기는데, 이상이 없으니 안 물어보게 된다. 전적으로 나의 치료는 교수에게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구 씨는 폐암 환우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숨사랑'이라는 곳을 이야기했다. 해당 인터넷 카페에서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다면서 말이다.

구 씨는 "'조김홍'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남기는 분이 있었다. 카페에 궁금한 점을 남기면, 그분이 직접 답변을 남겨 주신다. 나 역시 이 카페에서 궁금한 점들을 말끔히 해소했다. 그 조김홍이 바로 조병철, 김혜련, 홍민희 교수님의 성을 딴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 씨의 감사에 교수들은 환하게 웃어보이며, 질문을 정리해 받아보면 답변을 해주는 정도라고 읽축했다. 조병철, 김혜련, 홍민희 교수 모두 환자와 의사간 쌍방향 소통을 중시했으며, 이를 통해 가장 좋은 치료 효과를 제공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조병철 교수는 "미국에서는 약제를 포함해 환우에게 많은 정보가 공개돼 있어, 환자들의 정보 접근이 쉽다. 의료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 적합하고 좋은 약제를 찾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러한 의료시스템 자체가 잘 구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진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환우들이 잘못된 정보에 노출돼 그릇된 치료 방향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궁극적으로 치료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올바르고 정확한, 과학에 근거한 의학정보를 환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타그리소 복용 후 상태가 많이 개선된 환자들은 자연스레 '꿈'도, '삶의 목표'도 다시 생겼다. 다만, 공통된 소망은 지금의 치료가 '내성없이' 오래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것.

구 씨는 "현재 휴직 중인데, 12월까지 몸 관리를 잘해서 복직 후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꿈이다. 앞으로 생길 내성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오래 내성을 겪지않고 관리를 잘하고 싶다. 이를 위해 교수님께 의견을 구하고, 개인적으로도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장영란 씨도 지금 하고 있는 식당일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고 답했다. "치료는 교수님께 맡길 것"이라는 무한한 신뢰와 함께.

김정숙 씨는 "어떤 약든 오래 복용할 수 있기를 원한다. 치료도 길게 받았으면 좋겠다. 내성이 언젠가는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좋은 약이 또 개발될 것이라 믿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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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장***2024.04.11 19:22:33

    아무나 타그리소 복용 가능하지 않습니다. 조직검사에서 T790M이 나와야 하고 그런 사람은 10명 중 3명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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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2018.07.28 18:40:43

    타그리소도 9-16개월에 내성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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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2018.07.27 14:54:07

    으뜸기자님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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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그리소 *****2018.07.23 22:17:32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다만 급여조건으로 효과가 있음에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을 포기해야하는 상황도 조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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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2018.07.23 15:15:07

    기자님이 쓰신 희망뉴스는 참으로 저와 같은 독자에게 힘이 되는 기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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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 2018.07.23 15:16:20

      치료과정을 읽어보며 용기를 얻기도 하고 공부도 많이 합니다. 부디 많은 희망뉴스를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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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2018.07.23 09:09:29

    읽을수록  희망이 보여서 힘이납니다 절망적인  우리같은  모든이들에 희망을주는  신약이 제발 많이 나왔으면 ~~이런  밝은 뉴스 많이 올려주십시요 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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