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특별법 제정안 주요 내용과 신속한 제정의 필요성

최미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파나케이아)

메디파나 기자2024-01-15 06:00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은 크게 2가지로 나뉠 수 있다. 바로 가명정보 활용과 식별정보(실명정보) 활용이다. 가명정보 활용은 주로 새로운 의약품, 의료기기 등을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한 과학적 연구를 위해 이루어지고, 식별정보 활용은 의료 마이데이터(마이 헬스웨이)를 이용한 환자 본인의 건강관리 등을 위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보건의료분야 법령들인 의료법, 생명윤리법, 개인정보 보호법의 적용 및 해석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의 개선이 필요함은 관련 연구와 포럼의 발제문에서 필자가 지적한 바와 같다.

다만, 의료법이나 생명윤리법 등 개별 법령을 개정하여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의 근거를 분명히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여러 법령 적용의 어려움을 일관성이 있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법령들에 대해 특별법적 지위를 가지는 신법의 제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2022년 10월 발의된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법'(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2023년 9월 발의된 '디지털 헬스케어법'(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주요 내용 비교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법령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두 법안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정의 규정을 비롯해 전체적인 내용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육성하기 위한 목적이 담겨 있고, 한편으로는 보건의료데이터라는 민감정보를 다루는 만큼 그 활용에 있어 남용 또는 사고 예방을 위한 일정한 제한 조건을 규정하고 있는 측면에서는 매우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다음의 몇 가지 부분에서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보건의료데이터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먼저 발의된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법'의 경우, 개인의 의료데이터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개인 의료데이터의 주체는 "개인 의료데이터의 주체가 되는 사람" 즉, 환자라고 정의한다. 반면, '디지털 헬스케어법'에서는 보건의료데이터를 개인 보건의료데이터와 기관 보건의료데이터로 나누고, 개인 보건의료데이터 주체는 환자이지만, 기관 보건의료데이터의 주체는 의료진과 의료기관으로 규정한다. 

이처럼 기관 보건의료데이터 주체에 관한 규정이 있느냐는 두 법안의 큰 차이에 해당하는데, 이는 "보건의료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논의이자 앞으로 해결해야 할 큰 과제를 시사하는 부분이다. 진료기록 같은 의료정보 즉, 보건의료데이터가 누구의 것인가는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진료기록에 있는 데이터는 환자의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한편으로 의료진이나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진료기록에 의료진의 전문가적 견해가 들어 있고 진료기록 등 데이터 관리에 많은 비용을 들인다는 점을 들어 의료기관의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법리적으로 보면, 데이터, 정보는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없어서 민법상 소유권의 객체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보건의료데이터가 누구의 것인가?"라는 논의는 사실상 법적으로는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두 법안에서 다루는 내용이 다른 것은 그만큼 현실적으로 이 쟁점을 둘러싼 이해관계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부분은 식별정보를 활용하는 마이 헬스웨이와 관련된 제3자 전송요구권 내용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법'에서는 의료데이터 주체 즉, 환자가 데이터를 보유한 의료기관에 본인의 데이터를 다른 (데이터 활용) 기관에 전송해줄 것을 요구하면, 그 기관에게 전송해주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의 형식을 가진다.

반면, '디지털 헬스케어법'에서는 동일한 환자의 전송요구에 대하여 의료기관이 전송해줄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송할 수 있다'는 재량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분은 두 법안의 큰 차이를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마이 헬스웨이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전송요구에 따라 의료기관이 해당 데이터를 활용기관에 보내주도록 의무규정화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의료기관이 어떤 데이터는 전송하고, 어떤 데이터는 전송해주지 않는다면 마이 헬스웨이를 통한 환자의 건강관리, 진료의 편의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예를 들어 의료기관이 보유한 임상시험 데이터 등은 마이 헬스웨이 제도의 취지상 전송이 필수적인 데이터가 아니므로, 의료기관이 환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전송해주어야 하는 데이터의 범위를 의료기관이 보유한 데이터 전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전송의무를 부담하는 데이터와 그렇지 않은 데이터의 범위를 구분하여 설정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비록 두 법안이 위와 같은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결과적으로 보건의료데이터의 활용과 관련된 특별법적 지위를 같는 신법을 제정하여 그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는 동일하다. 따라서 이러한 제정안에 대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권리관계의 조율과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져서,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될 수 있는 법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기고| 최미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파나케이아)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학사 및 일반대학원 석사(행정법 전공)
-대한의료데이터협회 상임이사
-한국보건의료정보원 보건의료데이터심의 전문위원
-前 보건복지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전문위원(법률전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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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P***2024.01.26 16:05:19

    제약회사 CP담당자입니다. 업무를 하면서 항상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에 대해 궁금한점이 많았는데 변호사님의 기사를 보고 궁금증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요새 이슈화 되고 있는 지출보고서와 CSO법리도 시간되실때 기사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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