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신생아 분만 12억 배상판결…醫 분만 붕괴 '신호탄' 우려

산부인과학회 "저출산 시대 필수의료 살리기, 공허한 외침 됐다"
산부인과醫 "분만 현장서 버틸 이유 이번 판결로 사라지고 있다"

조후현 기자 (joecho@medipana.com)2023-08-03 12:02


[메디파나뉴스 = 조후현 기자]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의사에 대한 12억 원 배상 판결에 산부인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불가항력적 결과에 대한 천문학적 배상 판결에 저출산과 저수가 속에서도 분만을 지켜온 산부인과 의사가 현장을 떠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12억 원 배상 판결에 우려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 원 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분만 특수성과 불가항력적 결과를 고려한 판결을 촉구했다.

학회는 분만이라는 의료행위에는 본질적으로 내재된 위험성이 있어 산모나 태아의 사망, 신생아 뇌성마비 등 환자가 원치 않던 나쁜 결과가 일정 비율로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뇌성마비는 뇌의 비정상적 발달이나 성장하는 뇌의 손상 등으로 발생할 수 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러나 태아 이상을 발견한 즉시 선의의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거액의 배상 책임을 묻고 가혹하게 처벌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지금 이 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불철주야 애쓰는 산부인과 의사를 위축시키고 사기를 저하시킨다"며 "저출산 시대 필수의료 살리기는 공허한 외침이 돼버리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 낮은 출산율과 분만 저수가로 분만병원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되짚었다.

이 같은 상황 속 가혹한 판결 기조는 분만 중단을 가속화하고, 분만 인프라 붕괴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산부인과학회는 "전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의료분쟁 담당 재판부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줄 것을 호소하는 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의의 의료행위 후 발생한 일부 나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담당 의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나누어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국가 차원 제도적 보완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8일에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성명을 내 ▲보험금 사건 감정 결과만 증거로 채택한 점 ▲태아곤란증 의심이 가능한 중요한 증거를 간과한 점 ▲대면진료를 하지 않았다고 주의 의무 위반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 ▲전원조치상 과실 여부 등 법원이 간과한 4개 쟁점을 설명하고, 현명한 상급심 판단을 호소한 바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판결로 분만실 산부인과 의사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안고 분만 현장을 떠나게 될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분만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산모와 태아 건강을 위해 일생을 바쳐온 산부인과 의사가 더 이상 견뎌야 할 이유는 이번 판결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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